AI X HR

AI가 일하는 동안, 나는 2시간마다 깨야 한다

인재성장연구소장 2026. 4. 24. 13:36

— 실리콘밸리 '무한근무'가 한국 직장으로 오고 있다

안녕하세요. 인재성장연구소장입니다.

AI가 일을 맡아 처리하면 사람은 더 여유로워질까요? 실리콘밸리의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AI에게 일을 넘긴 박사급 연구원이 한밤중 2시간마다 잠에서 깨 모니터를 확인합니다. '8시간 집중 근무'가 사라진 자리에 '24시간 느슨한 무한근무'가 들어섰습니다.

이번 글은 최근 조선일보 기사를 읽고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작성합니다. AI가 실리콘밸리 직장인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 구조적 실태를 중심으로 생각해보려 합니다. 

인사이트

무한근무의 역설: MS 워크 트렌드 인덱스에 따르면, AI 도입 이후 업무는 이른 아침·늦은 밤·주말까지 번지는 '무한근무(Infinite Workday)'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구조적 원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2026.02)는 "AI는 일을 줄이기보다 검토·수정·감시 노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진단했다. AI가 24시간 일하기 때문에, 사람도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구조다.

역설적 발견: AI로 인해 '시간당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타임차지 보수 모델이 붕괴 중이다. 미 대형 로펌 롭스&그레이는 신입 변호사 연간 청구시간의 20%(400시간)를 AI 훈련에 쓰도록 의무화했다.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가치 측정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AI 동료와의 기묘한 동거 — '느슨한 24시간 근무'의 실체

실리콘밸리 빅테크에서 일하는 한국인 박사급 AI 연구원 박모(37)씨는 한밤중 2시간마다 일어나 모니터를 확인합니다. AI에 작업을 맡겨놓고 잠들었지만, 오류 발생과 메모리 과부하를 막기 위해 중간 점검이 불가피합니다. 그는 "온종일 컴퓨터에 매달리는 건 줄었지만, 24시간 내내 일하는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버클리대 AI 연구자 이모(31)씨도 헬스장에 노트북을 들고 가 AI를 돌려놓은 채 운동하며 수시로 확인합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AI 컴퓨팅 혼잡 시간대를 피해 주말에 일하는 엔지니어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개발 업무 자체의 노동 강도는 낮아졌지만, 대기·점검·감시 노동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AI가 일을 줄이지 않는 이유 — FOBO와 삭막해지는 일터

직장인들은 'FOBO(Fear of Becoming Obsolete, 도태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AI에 대체될 수 있다는 해고 공포, 24시간 쉬지 않는 AI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는 자괴감, 기술 변화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불안이 일상이 됐습니다. 블라인드·레딧 같은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AI와 일하기 전이 더 행복했다", "과거엔 내 손으로 만든다는 성취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빅테크의 데이터 수집 방식도 일터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로이터(2026.04.21)에 따르면 메타는 AI 에이전트 학습용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직원의 마우스·키보드 입력 궤적을 기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기업의 공식 목적은 AI 모델 훈련이지만, 노동계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직원 감시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AI 도입의 기술적 목적과 노동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 사이의 간극이 갈등의 본질입니다.

무너지는 타임차지 — '시간의 가치' 재편

AI 등장이 가져온 가장 조용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보수 체계의 균열입니다. 로펌·컨설팅 업계의 타임차지 모델은 '투입 시간 = 가치'라는 전제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AI는 이 전제를 무너뜨립니다.

미 대형 로펌 롭스&그레이는 지난해 입사 변호사들에게 연간 청구 가능한 시간의 20%에 해당하는 400시간을 AI 실험·훈련에 쓰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단기 수익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AI 역량을 내재화하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이면의 의미 — 이것은 실리콘밸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진단이 핵심을 짚습니다. AI는 '덜 일하는 도구'가 아니라 '다르게 일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사람의 집중 노동이 줄어든 자리에 분산된 대기·점검 노동이 들어서고, 결과적으로 일과 휴식의 경계 자체가 사라집니다.

이것은 AI 도입 속도가 가장 빠른 실리콘밸리의 극단적 사례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기업 규모와 산업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전체적인 경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도 AI 코딩 도구·AI 문서 작성 도구 도입이 빨라지면서, 직원들이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정체성 혼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자리 잡았던 '자율·유연·웰빙'의 언어는 지워지고, 그 자리에 '불안·갈등·도태 공포'의 언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한근무의 진짜 비용입니다.

인사담당자라면,

AI 업무 대기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 것인지, 내부 가이드라인부터 마련하시길 제안합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이 영역을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AI 도입 후 직원 불안 지수와 번아웃 지표를 정기 서베이에 포함하고 결과를 경영진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AI 학습용 데이터 수집이나 사용량 모니터링을 도입할 경우, 기술적 목적과 운영 방식을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시길 권장합니다. 목적과 효과의 간극이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경로입니다.

3050 실무자라면,

'AI를 얼마나 쓰느냐'보다 '어떻게 검토하느냐'를 역량으로 키울 것을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AI 시대의 핵심 노동은 지시·검토·판단이며, 이 역량이 대체 불가능성을 만듭니다. 무한 대기 근무는 번아웃의 전조인 만큼, AI 점검 주기를 스스로 정하고 그 외 시간은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루틴 설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타임차지 모델이 적용되는 직군이라면 지금 바로 'AI 활용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이 아닌 AI 활용 역량으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 출처 조선일보. (2026). AI에 일 시키고 쪽잠 자며 감독… 실리콘밸리 '24시간 무한근무'.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6/04/23/S6DXWGS5T5FMHN4ZEFHJLJLC2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