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X HR

AI가 일자리 없앤다더니⋯채용을 늘린 기업이 있다

인재성장연구소장 2026. 6. 4. 09:39

박스(Box)의 13개 신규 직무가 보여주는 AI 시대 고용의 새 지형

안녕하세요. 인재성장연구소장입니다.

AI 도입 이후 13개의 직무가 새로 생겼습니다. Box 내부에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역할들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박스(Box)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글은 이투데이가 소개한 뉴욕타임스 보도와 추가 데이터를 읽고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작성합니다.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서사는 이미 익숙합니다. 메타,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AI를 이유로 인력을 줄이는 소식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AI를 도입하고도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낸 기업이 나타났습니다.

핵심 인사이트

  1. 박스(Box)는 AI 도입 이후 13개 신규 직무 카테고리를 신설하며 직원 수를 약 2,900명에서 3,000명 이상으로 늘리고 있다.
  2. AI를 판매하는 기업이면서 동시에 AI를 사용하는 기업이 된 이중 구조가 예상치 못한 인력 수요를 만들었다.
  3. AI는 이미 전 세계에서 130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AI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커리어 생존의 분기점이 되고 있다.

AI 도입 후 오히려 채용을 늘린 구조

박스는 기업용 데이터 저장·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로, 포춘 500대 기업의 65% 이상을 고객으로 두고 있습니다. 약 4년 전부터 자사 제품에 AI 기능을 접목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계약서 검토, 문서 초안 작성, 콘텐츠 승인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역설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AI를 제품으로 파는 기업이 되자,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해졌습니다. 고객사에 AI를 설명하고 도입을 지원하며 운영을 최적화하는 인력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애런 레비 CEO는 자사가 고객에게 AI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해야 하며, 동시에 AI 사용자로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또 다른 형태의 일자리도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Box 안에 존재하지 않았던 직무들

박스가 신설한 직무들은 엔지니어링, IT, 영업·마케팅(GTM)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AI 아키텍트, AI 솔루션 매니저, 모델 평가 전문가, AI 비즈니스 자동화 엔지니어 등은 전통적인 IT 직군과 성격이 다릅니다. 이들은 AI 기술과 비즈니스 현장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주목할 역할이 포워드 디플로이드 엔지니어(Forward Deployed Engineer)입니다. AI 모델이 있어도 실제 기업 환경에 혼자서는 적용하지 못하는 고객사를 현장에서 직접 지원하는 전문가입니다. AI 제품과 현장 운영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실행 격차가 존재하고, 바로 그 격차에서 새로운 노동 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포워드 디플로이드 엔지니어 채용 공고는 2025년 1월에서 9월 사이 800% 이상 증가했습니다(LinkedIn 데이터). LinkedIn 2026년 1월 분석에 따르면, AI는 이미 전 세계에서 130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AI 엔지니어는 2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책으로 꼽혔습니다.

이면의 의미: 같은 AI, 갈라지는 결과

박스의 사례가 의미 있는 이유는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AI를 비용 절감 수단으로 먼저 정의한 기업들은 구조조정으로 귀결됐습니다. 반면 AI를 성장 동력으로 정의한 기업은 새로운 직무를 만들며 외연을 넓히고 있습니다. 같은 기술, 전혀 다른 조직의 결말입니다.

레비 CEO는 엔지니어 한 명이 AI로 2배, 혹은 5배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기업들은 인력을 줄이는 대신 더 채용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HR 환경도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AI 자동화를 이유로 인력 감축을 검토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채용에 나서는 기업도 동시에 존재합니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는 결국 AI를 대체 수단으로 볼 것인가, 증폭 수단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경영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이 선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입니다.

인사담당자라면,

AI 도입 계획이 있다면 새롭게 생겨날 직무를 먼저 설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AI를 활용하는 인력과 AI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인력은 기술 직군과는 다른 역량 체계를 요구합니다. 현재 운용 중인 직무 기술서를 AI 환경 기준으로 검토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기존 직원의 역량 재설계(Reskilling) 로드맵을 AI 활용 숙련도 중심으로 업데이트해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무자라면,

"AI가 내 일을 빼앗을까"보다 "AI와 내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스의 사례에서 살아남은 것은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AI와 현장 사이를 판단력으로 연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자신의 직무 안에서 AI가 대신할 수 없는 맥락 파악과 조율의 영역을 찾아두는 것이 커리어를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 이투데이. (2026). AI가 일자리 뺏는다더니⋯오히려 채용 공고 쏟아진 '이 회사'. https://www.etoday.co.kr/news/view/2589851